올해 예정되어 있던 3번의 할리우드 보울 공연을 모두 다녀왔다.
3번 쯤 다녀오니 이제 익숙하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
첫번째 구스타보 두다멜 (Gustavo Dudamel) 지휘자 공연 때는 공연장 구경, 사람 구경, 분위기 적응 등으로 정신 없었다.
그리고 아직 적응중인 (아마도 평생 그럴듯한) 날씨 때문에 매우 춥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두번째 피아니스트 임윤찬 (Yunchan Lim) 공연 때는 그의 명성과 인기에 걸맞게 엄청난 트레픽과 인파를 뚫고 아주 빽빽한 객석에 앉아 집중이 전혀 안될 것 같은 불편한 와중에도 넋을 잃게 만드는 임윤찬의 공연에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
오늘 다녀온 공연은 클라라 주미 강 (Clara-Jumi Kang) 바이올리니스트 공연으로, 솔직히 전혀 배경지식 없이 무지하게 다녀왔다.
기대가 없었던 덕분인지도 모르겠지만, 무지한 나에게도 엄청나게 기억에 남을 만한 연주였다.
그리고 적당히 선선한 바람과, 최근 나의 일상과, 마인드 셋과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들었던 생각 3가지 정리.
1. 1922년 개장한 할리우드 보울은 1만 8,000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미국에서 가장 큰 자연 속 야외 공연장이었다.
오늘 공연의 객석이 꽉 차지 않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1만명의 관객이 찾은 것일텐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정도 인원에게만 울림을 줄수 있는, 혹은 도움을 줄수 있는, 몰입 할 수 있게 만드는 무언가를 제공한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혹은 내가 제품을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정도의 충성 고객만 확보할 수 있다면?
이 정도도 아니라 반에 반 정도 만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내가 잘 하는 것은 뭐지? 내가 어떤 걸로 많은 사람들을 몰입하게 할 수 있을까?
2. 오디오북으로 들었던 책 "돈은, 너로부터다" 에서 감명 깊었던 부분.
시간을 세공할 수록 내 시간의 가치는 커지고, 세공된 시간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돈 버는 방법이다.
단, 시간을 세공하는 동안 당장 금전적인 이익은 오히려 깎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감수 해야한다.
오늘 클라라 주미 강을 포함한 모든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잘 세공해서 무대앞에 섰다.
그들이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 연주를 듣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당연한 이치,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시간을 들인 만큼,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
3. 이 생각은 할리우드 보울 첫번째, 두번째 방문에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했던 생각이다.
오케스트라에는 나이드신 분들이 참 많았다.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도 있는 나이에도 무대에 올라 연주 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다.
"정말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그런 일을 찾아야 나이 들어서도 오래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 나도 연주를 하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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