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람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by 이근민

유스럭쿠 2022. 5.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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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근민 작가 개인전

 

위치: 강서구 마곡동 스페이스K서울

전시기간: 2022년 3월 10일 ~ 5월 18일

 

폭 10m 의 초대형 유화를 포함한 드로잉 총 31점이 선보인 전시회.

 

 

처음에 사전 지식이 없던 상태로 방문하게 되어서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전에 스페이스K 에서 했던 전시 라이언 갠더의 변화율 정도의 특이함을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막상 작품을 모두 둘러보고 나니 상상 이상으로 충격을 안겨주는 전시였던 것 같다.

 

 

이근민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 재학 중이던 당시 신경증과 불안장애가 환각을 일으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공황장애가 뒤섞인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진단을 받고나서 수개월 간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입원 치료 기간의 아픈 기억을 그림으로 끄집어 내었다고 한다.

 

 

그의 아픈 기억과 그에 따른 환각을 캔버스에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장기를 끄집어 내놓은 듯한 느낌의 붉은 그림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의 머릿 속에 마치 들어가본 듯할 정도로 강렬하게 와닿는다.

처음에는 강렬한 색채가 눈에 띈다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작품을 하나하나 더 살펴볼수록 마치 작가가 겪은 고통이 느껴지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폭 10m 의 초대형 유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가, 빈센트 반 고흐의 황금처럼 빛나는 노란색은 약물 중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보인 것이었고,

쿠사마 야요이는 환각으로 경험한 동그란 점 문양의 반복을 그림으로 표현해서 유명해 졌다.

살바도르 달리는 일부러 미친 사람인척 할 정도였다고 하니, 정신질환이나 신경증은 작가에게 영감이 되기도 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의 말에 의하면, 이근민 작가에게 회화는 병적 고통과 진단이 가져온 억압을 해방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개인 중심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나와 다른 존재들을 끊임없이 구분했고, 이로 인해 아프지만 아프다고 이야기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이나 '나는 아플리가 없다' 는 자기 합리화가 생겨난 상황에서 이근민 작가의 작품은 비장한 의미를 갖는다고 소개했다. 

 

좌: 심장과 남근 / 우: 환각 다듬기

 

색감이 붉은 작품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작가가 얼마나 색을 잘 쓰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상처 추상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상처 추상이라는 작품. 

블렌딩 된 여러가지 색에 심플한 선 몇 개로 상처의 아픔까지 느껴지게 표현한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

 

스페이스K의 시그니처 공간

 

스페이스K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 전시 방식.

2층에서 내려다 보는 작품의 구성이 기억에 남는다.

 

 

전체적으로 관람 이후에 느꼈던 느낌은 결국 힐링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 내면을 꺼내 보이면서 끝내 관람객들에게 자기 치유의 과정의 민낯을 드러낸 것인데, 그런 처절한 점이 더 와닿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붉은 피와 내장이 뒤엉킨 듯한 그림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가,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서 힐링되는 그런 묘한 경험을 했던 전시였다.

 

 

 

참고: https://www.sedaily.com/NewsView/264QA7B4K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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